히든 카드 이방남의 생활백서 | 오토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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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카드 이방남의 생활백서

스포츠계에서는 히든 카드(Hidden Card)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들 중 갑자기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을 일컫는데요. ‘히든 카드’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보여 주지 않는 카드라는 뜻으로,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숨겨둔 비장의 수’입니다.

대중 문화에도 이러한 히든 카드가 존재합니다. 바로 하나의 요소로 콘텐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오디오 PD이죠. 오디오 PD는 음악을 매개체로 대중에게 희노애락을 전달합니다. 오토태그는 그 동안 꼭꼭 숨겨져 있던 국내 영화와 CF계의 히든 카드인 오디오 PD 이방남씨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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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PD는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저는 CF와 영화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CF 광고 영상이 나오고 배경 음악, 즉 BGM이 있는데 그 배경음악을 선곡하는 사람, 영상에 맞는 음악을 선곡하는 사람입니다. 보통 기업에서 이러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줄 알고 있지만 모든 광고에는 오디오 PD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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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PD라는 직업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최근에 작업했던 광고나 영화 음악은 어떤 게 있나요?


2016년 12월에 개봉했던 영화들이 더킹, 마스터, 형 등이 있어요.  최근 광고 같은 경우는 LG V20, GENESIS G80 1편부터 3편, 기아 스팅어, 현대카드 이정재 편 등을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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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선곡하려면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알고 있는 곡도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오디오 PD 직업이 음악을 듣는 직업이에요. 계속 끊임없이 들어야해요. 음악을 굉장히 많이 알아야 하거든요. 3-4년 속성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법대 가는 수준이 아니어서, 최소 20-30년씩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좀 어렵죠. 음악을 많이 듣고 그 중에 좋은 노래를 많이 찾아서 이런 광고에는 이 음악은 어떨까 해서 붙여 보는거죠. 잘 어울리면 온에어를 시키고, 만약에 붙였는데 조금 느낌이 다르다 하면 다른 곡으로 대체하고요. 계속 음악작업을 반복해서 해야해서, 음악을 찾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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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겠습니다. 첫 직업도 음악과 관련된 것인가요? 어떻게 오디오 PD의 길을 가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음악 전공은 아니고 체육과 출신이에요. 음악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음악 바에서 일하고, DJ로 일하면서 음악 관련된 일을 꾸준히 했었죠. 처음 일했던 곳이  외국인 클럽이었어요. 거기에 갔던 이유도 음악을 굉장히 깊게 듣고 싶어서 갔었어요. 그 곳은 특히 연세가 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시던 곳인데, 옛날 록부터 재즈 장르의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죠. 음악하는 친구들끼리는 ‘그랜드 슬램’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압구정, 이태원, 홍대 이 세 곳의 음악 가게들에서 일했다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해요. 왜냐하면 동네마다 추구하는 음악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러 장르의 음악이 나오는 곳을 다니다보면 음악에 대한 범위를 많이 넓히게 되죠.
20대 중후반에는 제가 직접 음악 카페를 했었고요. 그러다가 라디오 PD가 되고 싶었어요. DJ활동을 할 때는 한정되어 있는 사람들한테 음악을 전했었죠. 그런데 점점 더 많은 클럽과 바에서 DJ를 하다보니 전 국민을 상대로 음악을 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라디오 쪽으로 갔었는데, 그 분야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고 쪽으로 전향했어요. 벌써 전향한 지 10년 차 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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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생활은 어땠나요?


DJ생활은 재미있었죠!!! 제가 다녔던 클럽들은 연령층이 다양하고 그리고 오시는 손님들의 출신 나라가 모두 달랐어요. 그래서 굉~장히 재밌었죠. 예를 들어, 미국 사람이 들어오면 이 음악을 틀어줘야지 해서 틀면, “Im not an American, 나한테 왜 이래” 할 때도 있고, 흑인이 들어와서 흑인 음악을 틀면 “나는 아프리카 출신 아니야 나 미국 출신이야”라고 해요. 그래서 신발 하나, 머리카락 컬러 하나, 옷 스타일 하나하나 다 보게 되요. 근데 재미있는게 음악으로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알아볼 수가 있어요. 영국 음악을 틀면, 서로 이야기 하면서도 음악은 들으니까 고개만 까딱까딱거려도 영국 사람인지 알아채죠. 미국 록을 틀었는데 바로 따라 부르면 미국 사람인거죠. 음악에 따라서 출신을 알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프리카, 캐나다 등 다양한 인종이 한 300명 정도 있을 때는 무슨 음악을 틀어야 할지 어렵잖아요. 그럼 그 때는 어떤 음악을 틀어야 모두 좋아할까요? 되게 어렵잖아요. (웃음) 그 때는 그 중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섹시한 여자의 출신 나라 노래를 틀면 다 춤춰요. (하하) 왜냐하면 그 여자 분이 음악 듣고 신나면 자리에서 일어나거든요. 그럼 분위기가 다 좋아져요. 예쁜 사람이 춤을 추니깐 음악의 장르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게 음악 DJ들의 공략법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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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야 할 때, 나만의 팁이 있나요?


저는 빌보드, 뉴욕, 영국차트 보고 순위를 거꾸로 들어요. 보통 사람들은 1위 부터 듣는데, 저는 100위 음악을 먼저 들어놓고, 그 곡들이 차트에 올라오는 시간을 벌어요. 제가 들어보고 괜찮은 곡들은 추천을 많이 하는 편이죠. 한 가지 예로, 레이디 가가가 70위 일 때 주변 분들에게 추천해서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 숨은 명곡들을 미리 찾아 냈을 때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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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듣는 음악 취향은 어떤 건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록을 들으면서 자랐어요. 저는 전 장르를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음악 장르에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는 않아요. 그래서 장르 별로 좋아하는 가수가 구분되어 있어요. ‘어떤 가수가 제일 좋으신가요?’ 물어보시면 ‘U2’라고 말씀드려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밴드이거든요. 그 밴드의 이름을 말하면 아무나 항의를 못해요. 나머지는 정말 다양하게 좋아해요. 제 3세계의 음악도 좋아하고요.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서도 다르죠. 선곡을 하다 보면 매번 장면에 계속 선곡을 하게 되요. 조용할 때는 어떤 음악이 어울리겠다. 운동할 때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선곡해서 가지고 다니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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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봐요. 장르 구분 없이 제 3세계 영화들도 다 봐요. 영화가 문화의 총체잖아요. 영상도 있고, 음악도 있고, 배우도 있고, 모든 걸 다 종합해 놓은 문화라서 좋아요. 저보다 더 먼저 시작했던 베테랑들이 고심 끝에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볼 수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정말 좋은 정보라고 생각해요. 영화 내용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하나씩 정보를 떼어서 보는 편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아 이 장면에서는 이런 음악을 썼구나’라고 파악해요. 남들과 다르게 내용보다는 구성을 많이 보는 편이죠. 다행히도 한국은 해외 개봉날짜보다 온에어가 좀 늦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는 영화 보러 갈 때 음악이 먼저 나오니까 OST를 다 듣고 영화를 보는 보죠. 음악을 먼저 듣고 가는 것과 그냥 영화를 먼저 보는 거랑은 천지 차이에요. 그래서 영화를 볼 때는 ‘이 장면에서 이 음악을 썼구나!’ 라는 깨달음이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래서 항상 영화를 볼 때는 음악을 먼저 듣고 가요. 어쩔 수 없나봐요. 직업병이라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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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뭔가 뒷통수 맞은 것 같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영화 씬과 음악이 있다면요?


저는 한스 짐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지금쯤 50대 정도 되셨을 거에요. 이 분이 음악 감독 중에서는 최고잖아요. 가끔 들으면 되게 젊은 감각의 음악이 있어요. 그럼 진짜 놀라요. 그런 음악은 그 분의 위치 정도 되니까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젊은 사람이 그런 음악을 쓰자고 제안했으면 투자자들이 의아해하며 그 음악을 못 썼을 텐데… 한스 짐머는 음악 쪽으로 강하다 보니까 반대없이 충분히 쓸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전혀 다른 방향의 음악이 나와요. 그래서 한스 짐머가 작업한 곡은 즐겨 듣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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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옛날부터 “음악은 사진과 비례한다”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사진은 꺼내서 봐야 하는데 음악은 들으면 옛날 기억이 다 나잖아요. 오랜만에 특정한 음악을 들으면 친구랑 농구할 때 듣던 노래, 고등학교 때 들은 노래라고 떠올리며 그 시절 장면까지 막 떠오르잖아요. 사진처럼 그 기억이 마치 뇌 속에 찍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음악만큼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자동차입니다. 직업상 이동이 많은 직업이라 자차를 소유하고 있는 PD님의 자동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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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 차를 타고 있나요?


Jaguar F Type을 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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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터를 좋아하나봐요. 로드스터 타는 분들은 속도를 즐기던데, 운전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요?


저는 차를 선택할 때 디자인만 봐요. 여태까지 탔던 차들을 보면 다 디자인이 특이하거나 상 받은 걸 사곤 하죠. 그래서 항상 손해가 막심하긴 한데, 일반 양산디자인 자동차를 타는 건 안 좋아해요. 성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디자인만 봐요. 운전 스타일도 마구 달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더 디자인만 보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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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예전 차량들도 궁금하네요. 이전 차량은 어떤 차였나요?


푸조 RCZ, BMW M4 컨버터블을 탔었고, 바로 전 차량은 허머(Hummer) 였어요. 허머는 국내에서 타기 쉽지 않더라구요. 허머는 자동차 2대가 주차할 공간을 차지하니까 주변 분들이 싫어하세요. (웃음) 그래서 작은 차를 선호하게 됐어요. 원래 저는 빅 트럭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다코타 아니면 포드 F150 같은 차량을 선호하는데, 그런 종류를 타고 다니면 국내에서는 어딜가도 욕 먹는 일인거죠. 허머는 일단 골목에서 할아버지들한테 맞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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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차에서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PD 직업은 차에서도 음악을 다양하게 들으려면 스피커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혹시 오디오 튜닝을 하거나 순정 오디오가 좋은 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나요?


오디오 때문에 차를 선택한 적은 없어요. 또 오디오 튜닝을 하지도 않아요. 저는 좋은 음질의 음악을 선호하지 않아요. 전에는 작업실에서 좋은 스피커로 작업하거나 차에서 튜닝한 스피커로 음악을 들었을 때 좋은 인상을 주는 노래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런 음악을 광고에 가져와서 붙이려고 하면 녹음실의 스피커가 약해서 제가 좋은 스피커로 들었던 그 느낌이 나지 않아요. 녹음실의 스피커가 더 약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들리는 거죠. 이 때 오는 선곡 상의 데미지가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5년 전에 컴퓨터용 스피커를 3만원짜리로 바꿨어요. 그러니 녹음실 와서 다시 들으면 선곡이 잘 되는 거죠. 또, 작업하는 녹음실이 매번 다르니까 녹음실의 스피커마다 느낌이 다르거든요. 작업하시는 실장님에 따라서도 들리는 스타일이 다르고요. 하이톤을 좋아하시는 분은 하이를 많이 켜고 작업 하시니깐 음악이 달라져요. 그래서 음악을 선곡할 때는 애초에 좋은 스피커를 선호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방남 PD를 통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CF 음악과 영화 예고편의 음악을 다시 귀기울여 듣게 될 것 같습니다. 음악이 사진처럼 추억을 불러오듯, 어떤 음악을 들으면 해당 CF와 영화를 상기시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곤 합니다. 지금 당신의 귓가에 맴도는 그 노래가 그의 작업일 수도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그가 선곡한 음악은 사실 숨어 있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면 보이는, 영상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유심히 듣지 않으면 놓치는 그의 음악은 분명 히든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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